오픈 소스의 어두운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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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소스의 어두운 면

Created
Jan 7, 2022 11:3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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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OSS,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좋아한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내가 직접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메인테이너로서 참여하는 것도 좋아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오픈 소스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위해 나의 시간을 사용했던 것일까.
 
나는 나의 뭣도 아닌 기술로 (이것이 진심이든 그렇지 않든)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것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과 유사했고, 실제 기여로 이어진 경우에는 상당히 고무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이유로 활동을 계속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프로그래밍으로 밥벌이를 하는 한 계속 하게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개발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이 유지될 줄 알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접한 후 나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2)
JavaScript 진영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faker.js 라는 이름의 오픈 소스가 있다.
 
이 오픈 소스는 굉장히 많은 숫자의 가짜 더미 데이터(이름, 이메일, 날짜, 텍스트, ...)를 만들어주며, 특히 테스트 또는 애플리케이션 프로토타입에 필요한 Mock 데이터를 만드는 데 많이 애용되곤 했었다.
 
 
그리고 이 오픈 소스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npm left-pad 사건 이후 NPM에서 완전히 리포지터리를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전 버전을 설치해 사용할 수는 있다.)
 
 
사건의 전말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1. faker.js의 메인테이너인 Marak Squires이라는 사람이 있다.
  1. Marak은 2020년 9월 경 사제폭탄을 제조하다 자신의 아파트와 함께 대부분의 재산을 잃어버렸다[1][2].
  1. 이후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며 돈에 민감해지게 된다[3].
  1. 2020년 11월 경 오픈 소스와 관련해 더 이상 기업에 대가 없이 기술 지원을 하지 않겠다 선언[4].
  1. 2022년 1월 경 Marak은 faker.js를 삭제하였고[5], 이후 GitHub에 의해 계정 차단[6]. (+ Marak이 만든 또 다른 OSS인 color.js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7])
 
Marak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크든 작든 굉장히 많은 수의 기업들이 오픈 소스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용하는 오픈 소스에는 거의 기여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전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수익을 공유하지도 않고, 이슈가 생기면 그저 요청할 뿐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까지 잘 이어지지도 않는다. 조금 강하게 말하자면, 그저 단것만 삼키고 싶은 듯 행동한다. (물론 나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기업과 오픈 소스의 관계?
기업과 오픈 소스의 관계?
 
그러나 기업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기업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시하든 결국 수익이 존재해야 하며, 이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괜히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서 ‘비용’과 ‘수익’ 항목의 자리가 큰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에 이익이 되지 않는 오픈 소스 기여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게 되고, 결국 오픈 소스 개발자와 비합리적인 관계를 만들게 된다.
 
레딧을 보니 여러 의견들이 엇갈린다. Marak의 행동은 극단적이었으나, 이해가 불가능한 것 또한 아니다. 무엇보다 난 이 사건을 보고 OSS에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OSS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또 필요에 따라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
OSS는 공짜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결국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며, 그것이 없으면 생명이 다한 것과 같다. OSS의 혜택을 받는 우리는 항상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를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를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취급해버린다면 그 대가는 위 faker.js의 사례에서와 같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업무에서 사용하는 오픈 소스의 개발자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내가 개발자로서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한 것이다. 작지만 이러한 기여들이 모여 좀 더 지속될 수 있는 오픈소스 생태계를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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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s
 
참고 가능한 외부 링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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